옹..

결혼식 2주 남은 시점에서,
회사와 실험실에 직접 방문해서 청첩장 돌리고..
예식장과 여행사에 전화해서 마지막 조율을 하고..
계주 짐을 집에 들여 놓고... 정리하고..
함 갖고 계주네 집에 들르고..

지금 남은건 이 정도다 ^^
몇번 고비가 없었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끝이 보이네..

거실에 소파-TV가 있어서 결국 온 집이 TV 보는 공간이
되는 우리나라 아파트 구조가 식상하기도 하고,
지금껏 TV를 별로 안 보고 주로 인터넷 하면서 살아와서
일단 거실에 소파와 TV는 놓지 말자, 라는 큰 원칙은 잡았는데..
회사에서 반응은 "얼마나 버티나 보자ㅋㅋ" 였고..
경험상 남들 다 하는건 결국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신혼여행도 터키 갈까 하다 결국 "아~~~(허경환 톤) 이래서 남들
다 동남아 가는구나"하고 동남아로 바꾼 나로선,
사실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네 ^^

어제 리모델링 끝난 집 청소했다.
가구 하나도 없이 비어 있는 집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집이 휑해서..
진짜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계주가 없는 일주일에 4일간은 나에겐 너무 큰 집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바로 옆에 계족산이 있고, 산 넘어가면 대청댐이 있어서 너무 좋다.
주말마다 별 일 없으면 계주랑 임도 따라 산책하고 싶다.
계족산은 황토로 된 임도가 좋아서 등산이 아니라 맨발로 천천히 걷는 사람들도
많고 해마다 행사도 있다..

나이 서른이 넘었는데, 결혼 후의 생활은 정말 인생의 1/3 을 접고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묘하게도 요즘은 좋고 나쁘다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태어나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평소에 항상 느끼지 못하듯이..
팔다리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늘 하는 건 아니듯이.. 그런걸까?
설레이는 마음 한편으로 이제는 여러가지 다른 생각들도 하게 되는건가?
4년 반 동안의 연애와 꽤 긴 결혼준비로 인해서 이제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나면 신기할 것 같긴 하다.

결혼 이야기는 진작에 나왔다. 실상 계주 만나고 1달 정도 지났을 때부터
나는 줄곧 이 사람과 결혼했으면 했다. 아마도 1년이 안 되어서 확실한
결정은 아니지만 둘다 어느 정도 합의한 것 같다. 그 후로 지금까지 시간을
끌었던 건 순전히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이었다.

왜 결혼을 하냐? 라고 주변에서 농담 삼아 물어보면 사실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결정한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그냥 그렇게 정해진 건, 인연인지
운명인지 그렇게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나한텐, 계주와 결혼하는 걸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왔다. 만났고, 마음에 들었고,
사랑하고, 그러다 보니 결혼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번 뒤돌아서 고민하거나
후회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도 가끔은 그런 내 자신이 신기하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느낌'이 없으면 결혼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많고..
살다 보면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구나 내지 해야겠구나 라는 느낌이 딱 들 때가
있다고도 하는데.. 그게 다 결국 이걸 말하는거구나, 같은 말이구나 한다..


by 김주원 | 2009/11/22 09:00 | 신변잡기 | 트랙백 | 덧글(0)

불교

마음 속에 번뇌가 가득 차 있을 때,
법륜 스님 법어집을 읽다 보면 마음이 참 잔잔해지고
스스로를 괴롭히던 고민과 집착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최근에는 성철스님 시봉 이야기를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았었고.

"만들어진 신"을 읽고 기존의 종교들에 대해 결정적으로 조소하게
되었었는데, 그것도 조금은 되바라진 생각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학교에 있다보면 과학기술자들의 모임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존의 세대라던가, 역사, 고유의 문화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쓸데없거나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나 역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었다.

기독교의 경우에는 "유일신, 유일진리"라는 것이 그 어떤 진보적인
신학자가 부정한다고 해도 실은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학과 부딪히게 되는 부분도 많고,
나보다 1만배쯤 훌륭한 과학자 중에도 좋은 기독교인도 많겠지만
내 개인적으로 그런 충돌에 부딪히면 언제나 과학쪽의 손을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불교는 그런 면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한결 마음이 편하다.
아무리 냉철하고 이성적인 과학자라도 마음을 갖고 있는건 동일하고..
그게 뉴런의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신호건 화학물질이건 간에
집착과 번뇌로 괴로워하는건, 밥 안 먹으면 배고픈거랑 똑같기 때문에..
어떤 절대자를 상정하고, 그것을 객관적 실재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근거 없이 믿고, 그런데서 오는 괴리감 보다는..
우리의 괴로움의 이유를 찾고 스스로 그것을 버리는 과정에서 행복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먼저 깨달은 이들은 참고로써, 강을 건너는 수단일 뿐 절대자나 본질이
아니다라는 것은 참으로 많이 와 닿는다. (물론 불교에서도 윤회는 방편이나 비유가
아닌 사실로써 교리의 근간이 됨에도 과학적으로 믿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그렇다고 내가 기독교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혐오한다는 의미는 아님 ^^
나 역시 적어도 10년간 "교회에 다녔"고 부모님도 기독교인이다.
사회봉사나 어떤 community를 만들어 new comer 에게 무조건적인
친절과 사랑을 베푸는 측면에 있어서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접근성도 좋고.

어쨌거나 결혼 후..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loose하게나마 불교를 접해 볼
기회를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by 김주원 | 2009/11/16 09:29 | 신변잡기 | 트랙백 | 덧글(0)

조용조용히

시간이 다가온다...

이제 3주도 안 남았다.
다음,다음,다음주 토요일.

사실 실감이 별로 안 난다.
번잡한 과정이 많아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램도 조금은 있고,
이래서 남들이 두번은 못 하겠다 하는구나 하고 이해하는 면도 있다.

그래도 준비한다고 오가고 만나는 과정도 나름 재미 있긴 하네..
막막하기만 하고 형체도 없던 것이 조금씩 틀이 잡혀 가면서,
앞으로의 생활이 어떤 모습이 될까 기대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고..

잘 웃고 명랑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인 사람을 부인으로
맞아서 너무 다행이다. 힘든 일도 힘이 안 들고
재미 없는 일도 재미 있게 되고.

결혼 준비도 약간은, 두 사람의 예비 부부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시련의 연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양가를 조율해 가면서 앞일을 계획하고 논의해
나가면서 하는 약간 빠듯한 일들.

대체로 둘다 무난한 성격이어서 그래도 별로 충돌이랄 것도 없이
잘 해온 것 같다. 사실 양쪽 집안 부모님들이 너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 주셔서 출발이 너무 편하게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 조금 부담(?)도 되고 그렇다.


by 김주원 | 2009/11/15 06:36 | 신변잡기 | 트랙백 | 덧글(0)

결혼준비 은근히 바쁘고 그 외에도 일이 많아서..
회사 입사 전 한달 반 동안 널럴하게 놀러 다닌 이후로는
여행을 거의 꿈도 못 꾸고 사는데..

많이 아쉽다. 얼른 결혼해서 계주랑 다녀야지.
계주하고 예전에 만났던 제주도 되밟는 여행 빨리 하고 싶다.

by 김주원 | 2009/11/14 17:48 | 신변잡기 | 트랙백 | 덧글(0)

요즘

9일부터 13일까지 SK경영관리체계 교육 받는 중이다..
후덜덜하며 사전 과제물 공부 했는데 왠걸 98명 중에 유일하게
만점 맞아서 얼떨떨하기도 했고..
간만에 업무에서 벗어나서 나름 널럴한 교육 과정 있으면서
의욕도 다지고 그런다..

입에 바른 말이 아니라 회사 분위기는 정말 마음에 들고 좋다.
이런 것들이 일시적인 CEO나 몇명의 성향 때문이 아니라
체계가 잡힌 일관된 경영원칙이나 관리체계로 인해 많이
결정됨을 알겠다.

좁디 좁은 학교 실험실에서 정체되어 살다가,
큰 물에 나와 보니 사는 것이 즐겁고 일하는 것이 재밌다.
회사에 출근하며 놀이터 나가는 애들 기분이다.

한편으론, 회사에 와 보니 학교에서 연구하는 것들이,
왜 하는 것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제사 재삼 깨달으며,
그 황금 같은 시간에 평생의 무기이자 경쟁력이 될 실력을
기르는데 소홀했음을 많이 후회하지만,

인생사 늘 그렇듯이 앞으로만 가지 뒤로는 가지 못한다. ㅎㅎ
적어도 내가 가진 장점이라면 뭐든 잘 잊어버린다는거,
아무리 큰 잘못을 했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도
잠 잘 자고 밥 잘 먹는다는거.

살면서 功을 이룬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며,
평생을 노력해도 아마 자식 낳아 길러내는 이상의
중요하고 커다란 일은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으로 조용히 지내다 쉬게 되는 것도
나름대로의 행복일 수 있다.

그래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한걸음이라도
더 나아져야 하고 주위를 낫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있으면서의 어둡고 음습한 기운을 정말 많이 벗은 것 같다.
내면적으로는, 거의 다른 사람처럼 느끼고는 한다.
세상사 마음먹기 나름이라고도 하지만, 또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고,
적응의 동물이고,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종종 듣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행복해야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라는,
경영이념에 적힌 흔하다면 흔한 말이 뼈저리게 다가오기도 한다.

행복해지자.


 

by 김주원 | 2009/11/11 06:06 | 신변잡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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